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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아티스트 인터뷰] 한국-영국(스코틀랜드) 공동 창작 워크숍 <인연> – 로비 고든, 잭 너스 극작가 겸 연출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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등록일 : 2025.12.2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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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국-영국(스코틀랜드) 공동 창작 워크숍 <인연>
- 로비 고든, 잭 너스 극작가 겸 연출가
Q1. 간단하게 원더풀스, 그리고 이번 공연 소개를 부탁드려요.
로비 고든 예술 감독 : 원더풀스 극단은 글래스고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지만, 영국 전역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작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. 저희는 ‘사회 참여 연극(socially engaged theatre)’을 지향하는데요. 이는 다른 사람들 및 지역 공동체와 협업하며, 국가적 규모의 야심을 지니면서도 실제 사람들과 이야기를 창작의 중심에 두고 연극을 만든다는 뜻입니다.
Q2. 한국 공연팀과 함께 작업한 경험은 어땠나요?
로비 고든 예술 감독 : 한국의 뛰어난 공연자들과 창작자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 정말 환상적인 시간이었습니다. 극단 산 팀의 모든 구성원이 보여준 진정성 있는 헌신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, 극단 산의 홍민진 프로듀서와의 협업도 정말 훌륭했습니다. 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, 그 과정 자체가 매우 흥미롭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.
또 서로의 문화적 유산 속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여다보았습니다. 그렇게 하다 보니, 두 나라 사이의 공통점과 평행선, 작은 우연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 시작했고, 결국 두 나라와 두 극단을 하나로 연결하는 응집력 있고 분명한 서사를 만들고자 했습니다.
로비 고든 예술 감독 :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 중 하나는 정선에 와서 이곳의 문화를 배우고, 그 안에 완전히 몰입했던 경험이었어요. 이야기부터 음악, 음식까지 모든 것이요. 그리고 8, 9월에 우리가 정반대로 스코틀랜드에서 한국팀을 맞이했던 시간도 마찬가지였고요.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이 이야기가 단순히 ‘괜찮은 이야기’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, 구체적이면서도 문화적으로 보편적인 이야기로 발전하게 만든 핵심적인 지점이었다고 느꼈습니다.
또 이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, 우리가 만든 이야기가 글래스고에 대해 아주 구체적이면서도 동시에 정선에 대해서도 매우 구체적인 이야기라는 점이에요. 그런데도 이 이야기가 전 세계의 관객들에게 공감될 수 있다고 느낍니다.
잭 너스 예술 감독 : 예를 들면, 우리가 발견한 여러 공통점 중 하나가 바로 스코틀랜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노래인 ‘올드 랭 사인(Auld Lang Syne)’을 사용한 겁니다. 이 노래는 보통 새해 전야에 불리며, 아마도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곡일 것입니다. 그런데 ‘올드 랭 사인’의 멜로디가 20세기 초 한국에서 3·1운동 당시 행진곡의 일부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. 이 지점에서 우리는 한국과 스코틀랜드가 처음부터 놀라울 만큼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.
또 다른 정말 놀라운 우연들도 많았습니다. 전통적인 움직임을 살펴보던 중 강강술래를 보고 나서, 곧바로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케일리 댄스 중 하나인 ‘게이 고든스(Gay Gordons)’를 떠올리게 되었어요. 게이 고든스의 동작에서 사용하는 홀드가 있는데, 그게 바로 강강술래에서 사용하는 홀드와 정확히 동일하더군요. 그 순간 저희는 “이건 게이 고든스 춤이잖아!” 하고 놀랐습니다. 정말 믿기 힘들 정도였죠. 이 외에도 성경을 한국어로 번역한 사람이 스코틀랜드 사람이었다는 사실 등, 정말 많은 놀라운 우연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.
잭 너스 예술 감독 :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, 9월에 글래스고에서 쇼케이스를 했던 경험인데요. 저희는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이라서, 리허설이나 제작 과정은 늘 작업의 50%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. 나머지 50%는 관객을 만났을 때 비로소 완성되니까요. 그래서 저에게 이번 협업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순간 중 하나는, 몇 달 전 에든버러에서 처음으로 이 작품을 관객 앞에 올렸을 때였습니다. 그때가 스코틀랜드 관객이 처음으로 이 공연을 본 순간이었는데, 한국어 대사가 나오는 장면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고, 공연의 마지막에는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계셨어요. 로비가 말했듯이, 이 작품은 두 문화 사이의 아주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, 동시에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울림을 지니고 있기를 바랐습니다.
그날 관객들의 반응을 직접 보면서,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이야기의 방향과 전달하고자 했던 감정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걸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, 그 경험은 정말 강렬했습니다. 그리고 지금 저는 정선에 와 있고, 한국 관객 앞에서의 첫 공연까지 이제 두 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무척 설레고 있습니다.
저희는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에, 리허설은 언제나 작업의 50퍼센트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. 나머지 50퍼센트는 관객이 와서 그 이야기를 직접 경험할 때 완성되죠. 그래서 오늘 밤 공연이 정말 기대됩니다.
잭 너스 예술 감독 : 저에게 이런 국제 협업 작업은 굉장히 큰 배움의 기회입니다. 한국의 문화와 연극 창작 방식, 음식, 언어까지, 이곳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정말 놀랍고 인상적이었어요. 하지만 이런 작업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건, 제 생각에는, 결국 ‘교류’, 즉 국제 교류라고 생각합니다. 그리고 실제로도, 저는 예술가로서의 자신에 대해서도 정말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.
극단 산과 함께 작업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얻었고, 이 경험은 앞으로 원더풀스가 연극 창작자로서 작업을 발전시키고 확장해 나가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. 한국의 극단 산에 대해 깊이 알게 된 것도 의미 있었지만, 그 과정에서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더 알게 되었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. 그래서 저는 이렇게 서로 다른 국가와 문화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교류가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.



